CareMe

혼자인 사람들을 위한 익명 힐링 공간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다 나를 잃어버렸어요

정서연 · 임상심리전문가 5분 읽기 2026-06-15
지침슬픔

거절을 못 해서가 아니라, 거절하면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아서였어요. 그 차이를 아는 데 오래 걸렸어요.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었어요. 동료 야간 근무 대타, 친구 이사 도움, 가족의 감정 쓰레기통까지. '얘가 해줄 거야'가 주변의 기본 전제가 됐었죠.

어느 날 휴일에 소파에 누워있는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주말에 이사 좀 도와줘.' '응'이라고 말하려다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왔어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더 이상 아무것도 해줄 힘이 없었어요.

그제야 알았어요. 내가 좋아서 도운 게 아니라, 거절하면 '나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웠던 거라는 걸요.
진짜로요, 이건 마음이 착해서가 아니에요. '거절하면 관계가 끊긴다'는 무의식적인 공식이 오래전부터 작동하고 있었던 거거든요. 갑작스러운 눈물은 '공감 피로'의 전형적인 신호예요. 특히 타인을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들한테 자주 나타나는데, 이게 '이기적임'의 반대가 아니에요 — 너무 오래 자기돌봄을 빼먹어온 결과예요.
정서연 임상심리전문가
작은 '아니오'부터 연습해봐요 — '오늘은 어려울 것 같아'라고 말해봐요. 관계는 그것만으로 끊어지지 않거든요.

부탁받으면 바로 답하지 말고 '생각해보고 알려줄게'라는 버퍼를 써봐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이용하기 편한 사람이 된 건지 한 번 구분해봐요.

달력에 '나의 시간'을 먼저 적어놓아봐요. 나를 위한 시간이 먼저예요.
나의 이야기도 적어보기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CareMe에서 익명으로 나눠보세요